수지타잔

트렌비 중고 명품 판매 후기

zyzan 2022. 2. 4. 23:31

이혼 후 3년만에 재취업을 준비하던 시기, 돈이 정말 없었다. 당장에 원리금과 관리비 나갈 돈이 통장에 남아있지 않아서 최대한 빨리 현금을 만드려고 이것저것 시도했다. 현금을 만든다기 보다는 내가 가진 것 중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을 찾느라 애를 썼다. 그때 썼던 몇 가지 방법들을 바꾼 현금의 크기 순서대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방법은 중고 명품을 되파는 것이다.

 

살면서 10만 원 넘는 가방을 메본 적이 없는 내가 팔고자 했던 가방은 전남편의 부모가 결혼식하고 일주일 뒤에 사줬던 프라다 크로스백이었다. 결혼 생활 중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이자, 이혼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주된 감정은 '더럽고 치사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가방을 받던 그날의 감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준다고 해서 따라간 건데 그럴 거면 사준다는 말을 하지 말든가, 생각할수록 빡치고 이 글은 그 가방을 판 얘기를 하려고 시작한 거니까 사던 때의 썰은 그만 풀기로 한다. 

 

(1) 모델명 검색

팔고자 하는 가방(혹은 신발, 의류 등)이 있다면 일단 구글, 네이버, 당근마켓에 모델명을 검색하여 현재 정품의 판매가와 중고품의 시세를 확인한다. 내 경우 살 때는 200 초반이었는데 몇년 지났다고 가격을 올렸는지 후반으로 바뀌어 있었고 중고품 시세는 50부터 180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커뮤니티에 찾아보니 트렌비와 비슷한 플랫폼들은 위탁 판매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직거래가 값을 가장 후하게 받는다는 게시물이 많았다. 그걸 보고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든 직거래로 팔아보려고 했는데, 몇만 원이면 몰라도 단위가 백을 넘어가는 거래는 플랫폼을 끼는 게 서로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직접 구매자를 찾고 정품이라는 걸 인증하는 과정 같은 것들이 상상만으로도 번잡스러워서 이틀 정도 고민하다가 트렌비로 직행했다.

 

(2) 트렌비 견적 문의

트렌비에 들어가서 리세일을 누르면 우측 상단에 '판매하기'라는 버튼이 나온다. 그걸 누르면 견적 문의 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사실 이건 어제 들어가서 확인한 루트고 내가 신청했던 작년 9월에는 한창 리세일 이벤트 중이어서 견적 문의 페이지까지의 과정이 이렇게 여러 스텝이 아니라 거의 메인에서 직행하는 수준이었다. 그 사이 리세일 상품들이 많이 들어온 걸까 생각했다.

 

이용안내를 확인하고 견적 문의 페이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카톡이 온다. 벌써 한 서너 달 전이라 가물가물한데, 견적 문의 후 첫 카톡까지 하루가 넘지 않았던 것 같다. 시세는 딱 예상했던 대로여서 바로 픽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것 역시 서너 달 전의 일이라 가물가물가물친데, 현재의 기억으로는 픽업 신청 페이지와 견적 문의 페이지의 구성이 거의 동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픽업 신청 페이지의 빈칸들을 채우면서 이거 저번에 쓴 거랑 똑같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확실하진 않으니 이쯤 하고 넘어가자.

 

(3) 픽업 박스 발송

픽업 신청서를 제출한 당일 오후에 픽업 박스 발송 안내 카톡이 왔다. 이때가 목요일이었고, 픽업 박스는 금요일에 받았다. 약간 프라이탁 같은 재질의 검은색 상자였는데, 지퍼가 두 개 달려있고 그 지퍼들을 묶어줄 케이블 타이가 함께 왔다. 아, 픽업 신청을 할 때 픽업 박스 크기를 설정할 수 있었고 나는 제일 작은 것으로 시켰다. 가방을 에어캡에 둘둘 말아서 넣었더니 박스가 빵빵해졌다. 안내받은 대로 박스 위에 반품 스티커를 붙여서 문 앞에 두면 택배 기사님이 수거해 가신다. 

 

(4) 상품 검수

택배 기사님이 수거한 시점으로부터 6일째 되던 날 트렌비 측에서 잘 받았다고 카톡이 왔다. 이때 추석 연휴가 끼어있던 때라 상품 수거 과정이 다른 때보다 조금 더 걸렸던 것 같다. 물론 다른 때에는 이용해본 적이 없으므로 추측일 뿐이다. 수거해간 뒤 또 한 열흘 정도 소식이 없어서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지 문의를 남겼더니 위탁 판매 물량이 많아서 상품 감정이 좀 오래 걸릴 거라는 카톡이 왔다.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그날 오후에 최종 판매가를 알려줬다. 처음에 받았던 견적보다 높아서 흐뭇했다.

 

(5) 상품 등록 및 진열

판매가가 정해지고 그 다음 주에 상품이 등록되었다. 검은색 니트에 청바지를 입은 마네킹이 가방을 메고 있는 사진으로 등록되어 있었는데, 마네킹의 차림과 가방이 정말 잘 어울려서 야.. 나도 저렇게 입고 들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에 들어가보니 '품절'로 표시되어 있어서 혹시 팔렸냐고 문의를 남겼더니, 전산 오류로 미진열 상태였고 바로 진열 처리했다는 카톡이 왔다. 

 

(5) 상품 판매 및 입금

진열된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 판매 및 입금 완료 카톡이 왔다. 수수료를 제하고도 백만 원이 넘어서 기뻤다. 살면서 또 언제 명품 가방을 팔아보겠어.. 이때 위탁 판매 신청하면서 다른 리세일 상품들은 어떤 게 있는지 이것저것 보느라 한동안 트렌비에 엄청 자주 들어갔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고 눈만 높아지는 것 같아서 최근에 어플을 지웠다. 쿨거래 칼입금 트렌비. 나중에.. 나중에 다시 깔아야지.. 대출 다 갚고..